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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빛 물고기 노니는 금정산에 올라 낙동강 본류의 실체를 만나다 === | |
이번 구간은 계획대로라면 천성, 원효산 구간이지만 천성산 일대의 산불소식이 있은 뒤라 임원진에서는 천성산구간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22회차인 금정산구간을 먼저 진행하기로 공지된 바 있었다. 양산시 명곡동에 위치한 다람쥐캠프에서 정맥 주능선에 접속한 후 방화선을 따라 운봉산을 넘은 정맥은 4차선 도로인 남락고개를 지나 양산과 부산의 경계를 따라 진행하게 되는데 지경고개에 이르기 전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끊어진 녹동육교에서는 다소 황당스럽기도 했었고 시종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한 치 앞을 가름할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인해 조망의 즐거움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산행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가 그치면서 가끔씩 아름다운 금정산일대와 부산시가지의 모습을 언뜻언뜻 볼 수 있었지만 비가 그치자 기온이 떨어지며 요란을 떨어대던 바람이 복병처럼 나타나기도 했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불순한 일기 속에서 도상거리에 비해 상당히 지루하게 여겨진 산행길이었다.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양산으로 향하는 동안 줄곧 차창에 뿌려댄다. 영남지방의 겨울가뭄을 해소해 줄 단비임은 틀림없지만 왜 하필이면 오늘이란 말인가... 양산으로 들어선 버스는 양산대학교 진입로를 따라 명곡동 깊은 골짜기를 힘겹게 올라서서야 다람쥐캠프 주차장에 멈춰선다. 다람쥐캠프장은 제법 너른 터에 숙소와 식당,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약 700명 까지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 캠프장이다. ▼남락고개와 지경고개 사이의 270봉 아래 전망대-양산시 동면 건너로 가야 할 계명봉,장군봉이 운무에 가려있다. 08시 45분, 모두들 비장한 각오로 우중산행의 첫 발을 내딛는다. 이미 낙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서너차례 지독한 비와 안개를 즐긴 터라 모두들 내리는 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른 운동장을 가로질러 캠프장 마지막 지점인 철봉과 쇠사슬 줄이 걸린 시설물을 지나쳐 왼편 산기슭으로 접어든다.(08:50) 이 지점에서 오른쪽 개울 건너로도 뚜렷한 길이 보이고 있다. 잔뜩 물기를 머금은 바윗돌이 미끄러워 초반부터 제법 신경이 쓰인다. 북동 산자락으로 접어든 길은 두어 번 산허리를 휘어 돌며 계류를 넘어선다. 간간이 노란색 국제신문 표지기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20여분 가까이 올라서자 정맥마루금과 합류하는 잘록이다.(09:03) 우리 일행은 이곳을 다람쥐고개라고 불렀지만 범고개, 음지고계, 호계치로 불려지는 모양이다. 잘록이는 4거리를 이룬 지점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경고문 입간판과 시멘트표석이 부산광역시장의 명의를 빌려 서 있다. 건너편 동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은 법기수원지로 이어지는 길인 듯 또렷한 편이고, 수원지의 물은 부산시민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올라왔던 길 저 아래로는 다람쥐캠프장이 아담하게 내려다 뵌다. 마루금 접속후 남쪽으로 향하는 정맥길은 넓은 방화선이다. 나즈막한 둔덕 하나를 넘어서자 또하나의 4거리 잘록이가 나타난다.(09:07) 약간의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곳으로 법기저수지와 다람쥐캠프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확연하다. 역시 오른쪽으로 캠프장이 가깝게 내려다 뵈는 걸로 봐서 캠프장에서 계류 건너로 보이던 길로 이어지는 듯하다. 방화선을 따르는 길은 편안하다. 최근까지 관리가 된 듯 방화선을 가득 메운 억새밭은 밑둥까지 잘려져 거친 줄기만을 드러내고 있다. 흠뻑 젖은 탓인지 여느곳의 억새에 비해 훨씬 붉은 기운이 감돈다. 간간이 나타나는 석축의 흔적을 따라 오르던 길이 완만한 오르막이 끝날즈음 우측으로 짧은 가지능선 하나와 샛길을 보내자 이내 428.6봉이다.(09:14) 뒤돌아 본 마루금 위로 짙은 운무가 산발한 여인네마냥 이리저리 갈 길을 몰라 헤메이며 하늘 높이 솟았다가 곤두박질쳐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왼쪽으로 법기수원지와 그 아래 본법마을에 눈길을 주는 사이 돌로 원형을 이룬 헬기장(26-1-18)이 나타난다.(09:30) 헬기장 일대에는 넓은 억새밭은 이루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곧바로 우측으로 음지 말로 연결되는 듯한 넓은 길을 지나쳐 3분 만에 삼각점이 있는 운봉산(534.4m)에 이른다.(09:33) 정상부에는 현대중공업(주)의 나무팻말이 운봉산을 알리고 있고 측량용 폴대와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시멘트표석도 있다. 정맥과 함께 하던 방화선은 운봉산을 기점으로 좌회전하여 법기리쪽으로 내려서고 정맥은 방화선과 작별하고 직진한다. 운봉산을 뒤로 하자 난데없는 일진광풍의 세례를 받으며 좁다란 날등을 따라간다. 4분만에 봉분이 다 내려앉은 무덤가에 이르고 무덤 앞에서 두 갈래 길이다.(09:37) 양쪽 모두 표지기가 빼곡하게 걸려있고 언뜻 보기엔 직진하는 능선이 정맥같아 보이지만 여기서는 무덤 왼편으로 난 솔숲길로 접어들어서 남동쪽 급비탈을 내려서야 한다. 급비탈 중에 전망이 터지는 바위모둠터를 지나지만 사방으론 짙은 안개뿐이다. 무덤에서 5분 가량 떨어져 내리자 법기리와 산지마을을 잇는 운봉재에 이른다.(09:45~51) 왼편 법기리쪽은 시멘트 포장상태이고, 오른쪽은 비포장 자갈길이다. 운봉재에선 문총무님께서 비스켓 한조각씩을 돌린다. 운봉재를 뒤로 하고 정면 키다리 노송숲을 따르는 길은 고도차없이 이어지는 편안하고 분위기 좋은 오솔길이다. 양 옆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는 작은재 하나를 지나쳐(10:04) 완만한 오르막을 잇다가 437.6봉 직전에서 우측으로 급하게 꺽어나간다.(10:11) 잠시 후 왼편으로 송전탑이 있는 둔덕봉 하나를 지나(10:14) 4분 가량 진행하다가 정면 능선을 버리고 왼편으로 꺽어 짧은 돌밭길로 이어지는 내리막을 따르게 되는데(10:18) 그 내리막이 끝날즈음 두 번째 송전탑(73번)을 지나친다.(10:21) 송전탑을 지나면서 길은 경사도가 수그러지고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이후 산능선에서 약간 벗어난 오른쪽 옆구리를 트래버스해 나가게 되면 세 번째 송전탑(74번)이다. 이 일대로는 등산로 사면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는 PVC호스가 깔려있다.(10:28) 송전탑을 지나 2분후 길 한가운데 삼각점(409재설, 건설부)이 박혀있는 299.4봉을 지나치게 되는데(10:30) 삼각점만 아니라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밋밋한 평지길이다. 299.4봉을 지나 완만하게 내려서던 길은 넓은 수레길을 만난다.(10:38) 길 왼편 아래로는 너저분한 도구가 흩어져 있는 가옥 1채가 내려다 뵌다. 수레길 끝으로 쇠사슬 바리케이트를 넘어서면 시멘트길인 유락농원고개(군지고개, 산지고개)에 이른다.(10:42~45) 고개마루 절개지 양 옆으로는 시멘트 축대를 쌓아 놓았고 <쓰레기 불법투기금지> 경고판이 서 있다. 넘어야 할 마루금 초입으로 농장 철조망이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고개에서 왼편 아래로 30m 가량 내려선 후 산비탈을 타고 올라 철조망 울타리 외각을 따른다. 족적은 희미한 편이고 잡목을 헤치고 나서게 된다. 철조망엔 "철망 사이로 들어오는 놈은 X새끼다! 犬者니라!" 라고 적힌 살벌한 문구가 붙어있다. 이곳이 바로 낙동정맥 종주자와 농장소유주간 논쟁이 있었다는 문제의 그 농장 사유지인 모양이다. 철망 울타리가 주능선과 만날 즈음 울타리 왼편으로 나서면 다시 또렷한 능선과 접하게 되고 길상태는 양호해 진다. 잠시후 왼편 아래로 잘 가꾸어진 무덤5기를 지나(10:54) 2분 만에 대여섯평 정도의 공터를 이룬 무덤자리를 지나치게 되면(10:56) 다시 왼편으로 시멘트 기둥을 세운 철조망 옆을 따라 나가는 길이고 솔가리가 수북히 쌓인 길이다. 솔숲 사이길을 잠시 따라 나서면 왼편 남락마을에서 올라오는 넓은 삼거리 시멘트길을 만나다.(10:58) 시멘트길 건너편 송전탑을 향하는 길이 정맥이다. 네 번째 송전탑(104번)(10:59)을 지나치자 솔숲 사이길로 듬성듬성 바윗돌이 자리잡고 있다. 진한 솔향기가 안개에 묻어 코끝을 간지럽히는 숲길이다. 좌우로 또렷한 길이 있는 갈림목을 지나자 우측 아래로 민가가 내려다 보이고 차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가 하더니 능선은 이내 임도로 떨어진다.(11:06) 이 임도는 능선 우측으로 보이던 목장건물을 향하는 길이다. 225봉을 향하는 길은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서다가 정면으로 붙어 짧게 치고 올라야 하고 계속 임도를 따르게 되면 225봉을 왼편으로 우회하여 남락고개에 이르게 된다. 임도 아래로는 오리등을 키우는 농장이 근접해있고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임도를 버리고 능선 날등을 타고 올라선 곳이 225봉이고(11:10) 길은 잠시 평지성으로 이어지더니 왼쪽으로 다섯 번째 송전탑과 무덤 2기가 있는 잡목숲에 이른다.(11:12) 송전탑에서 왼편으로 꺽어 내려가면 공동묘지같은 집단무덤터를 지나쳐 바로 아래로 시멘트길과 접하게 된다. 시멘트길을 따라 나서도 무방하지만 정면에 있는 밭 가장자리를 지나 넓은 무덤터를 지나 내려서게 되면 <형제목장> 출입구를 알리는 "Y"자형 삼거리다.(11:16) 바로 20~30m 앞이 4차선 지방도(1077)인 남락고개다. 남락고개는 차량통행도 많은 편이고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도로를 건널 때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고개마루 북쪽은 형제목장이 자리하고 있고 남쪽은 영남목장이다. 11시 21분, 도로를 건너 영남목장 뒤편 마루금을 찾아보지만 초입이 선명치 못하다. 곧바로 능선으로 진입하려면 농원을 관통하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서야 하지만 사유지인 관계로 망설이시던 한대장님께선 도로 오른쪽 약 50m 아래에서 왼편으로 붙는 산자락으로 진입한다. 초입으로 정맥표지기 몇 개가 걸려있다. 희미한 길을 따라 잠시 올라서면 농원 뒤쪽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임도를 무시하고 곧바로 사면을 치고 오르면 또렷한 정맥능선을 만나게 된다. 일부는 사면을 타고 오르고 본인은 임도를 타고 농원 뒤편 조경지를 따라 왼편으로 치우쳐 올랐더니 건너편으로 연못 하나가 내려다 보이는 잘록이 부분에 이르렀다.(11:34) 이 지점에 빛바랜 표지기 한두 개가 눈에 띈다. 우측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하얀 팻말을 세워둔 예비군 참호를 지나쳐 바윗돌이 고스락을 차지하고 있는 270봉에 올라서게 된다.(11:40) 사방으로 트여 멋진 조망을 제공할 법한 멋진 봉우리지만 내리는 비와 안개 속에선 눈뜬 장님일 뿐이다. 270봉부터는 정맥의 마지막 도시 부산권역에 접하게 된다. 270봉을 지나 급한 내리막을 잠시 내려서자 참호 하나가 있는 전망 좋은 바위턱에 이른다.(11:42~47) 때마침 안개가 살포시 걷히면서 아랫동네 모습을 설핏 보여준다. 지나왔던 정맥의 마루금이며 남락고개, 양산일대가 조망된다. 발 아래로는 고속도로며 지방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혀 있고 질주하는 차량까지 또렷이 보이지만 이어야 할 계명봉, 장군봉, 고당봉쪽은 잔뜩 먹장구름을 덮어쓴 채 꼭꼭 숨어있다. 진행방향 왼편으로는 부산컨트리클럽도 내려다 보인다.. 전망바위를 지나쳐 내려서자 사방이 가는 대숲으로 둘러쌓인 골프장용 사각 저수조가 나타난다.(11:51) 여기서부터 왼편으로 골프장 그린이 보이기 시작하고 대숲을 빠져 나오게 되니 바로 앞으로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절개지가 앞을 가로 막는다.(11:55) 저 앞으로 지경고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육교인 녹동교가 있어야 하지만 잘려진 녹동교의 잔해만이 내려다 보인다. 잠시 어느 쪽으로 내려서야 할 지 당혹스럽다. 앞선 분들은 이미 절개지에서 양산방면(우측)으로 내려서서 고속도로변을 따르고 계신다. 일단 끊어진 녹동교까지 확인해볼 요량으로 왼편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절개지를 따라 왼편으로 잠시 나서면 골프장으로 진입하던 끊어진 녹동교가 있는 곳을 지나 화장실을 갖춘 골프장 관리소건물(?)이고(12:07) 2~3분 더 진행하면 고속도로 아래로 난 지하수로를 만나게 된다. 즉, 고속도로 절개지에서 왼편 골프장쪽으로 200m 정도 진행하면 고속도로를 건널 수 있는 통로를 찾게 된다. 지하수로는 차량통행은 불가하고 중간부분부터는 직경 1.5m 정도의 원통이므로 허리를 숙여서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우중인지라 수로를 따라 흘러 들어오는 수량이 많아서 그냥 첨벙첨벙 물 속을 걸어야 했다. 맑은 날씨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수량이 불어났을 경우엔 통과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고속도로 수로를 빠져나와 정면으로 올라서게 되면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는 녹동마을 쉼터로 올라서게 되고 1077번 지방도 건너편으로 "희락원" 건물이 있다.(12:15) 지경고개는 여기서 차도를 따라 약 500m 정도 우측으로 올라서야 한다. 도중에 끊어진 녹동교로 진입하는 길을 만나는 지점으로 노포마을5리 진입로와 버스정류소가 있고 <녹동육교 확장공사로 2004년 9월 9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며 부산컨트리클럽, 현동방향은 우회> 하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12시 30분, 자두농원 초입을 알리는 지경고개에 섰다. 양산과 부산을 경계짓는 고개마루로 경계표시판과 허름한 포장마차도 보이지만 내리는 비 때문인지 굳게 닫혀있다. 그러고보니 건너편 고속도로 절개지에서 이곳까지 이래저래 헤메느라 35분이나 소비되었다. 녹동육교만 있었더라면 불과 5분도 안 걸릴 거리지만.... 지경고개엔 박대장님과 신용호님께서 후미그룹을 기다리며 30분 가까이 비를 맞고 서 계셨다고 하신다. 알고보니 남락고개에서 270봉을 우회하여 차도를 따라 이곳까지 오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뒤에 합류한 일행들은 고속도로 절개지에서 오른쪽 양산방면으로 약 500m 내려선 후 고속도로 지하도를 통과해 지방도를 넘는 육교를 통해 이곳까지 오셨다고 하신다. 따지고 보니 절개지에서 골프장쪽으로 내려서서 지하수로를 따라 왔던 길이 조금 빠른 길인 것같다. 자두농원 시멘트길을 따라 50~60m 정도 나서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정면방향의 시멘트길을 계속 따라 올라서야 한다. 왼편 비포장의 넓은 길은 농원 안 과수원지대로 접어들게 된다. 시멘트길을 따라 오르던 중 비닐하우스에서 앞선 팀들이 식사를 마치고 계명봉을 향해 출발하고 계신다. 자리를 인계받아 점심을 해결한다.(12:34~13:01) 비닐하우스는 오늘같이 궂은 날 비를 피해 식사하기는 안성맞춤이다. 덕분에 빗물에 밥말아 먹는 신세는 면한 셈이다. 지경고개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약5분 거리로 시멘트길이 끝날 즈음 정면의 넓은 솔숲 경운기 길로 접어든다.(13:04) 좌우로는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고 우측으론 연못도 보인다. 10여분 완만하게 올라서는 길을 따르자 왼편 아래에서 올라오는 길 하나와 합류한다.(13:14) 이쯤에서 부산에 거주하시는 홀로 정맥꾼 한 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와 솥발산공원묘원일대의 마루금 정보도 귀동냥한다. 계명봉 오르는 길은 외길이지만 가풀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식사 후의 걸음이라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지경고개에서 바득바득 40분 가량 온 힘을 쏟아붓고서야 계명봉(鷄鳴峰, 601.7m)에 올라선다.(13:41) 금정산 자락에 붙기 위한 통과의례를 치뤘다고나 할까! 계명봉에선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은 물론이려니와 주변의 산자락이 보일 법도하건만 커다란 돌탑만이 덩그러니 안개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산객을 맞이할 뿐 답답하기 그지없다. 금정산 8경중 하나인 "계명추월"이라 했건만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운무 속에선 방향감마저 상실할 정도다. 계명(鷄鳴)이란 이름은 불교적 용어로 전설에 의하면 옛날 의상대사가 이 부근에 절터를 물색하던 중 한밤중에 느닷없이 닭울음 소리를 들었기에 이곳에 암자를 세웠다고 하며 암자에서 정진하던 납자(衲子)들의 새벽예불 때마다 하늘에서 닭울음소리가 들린 것에 연유하여 계명봉이라 했다고 한다. ▼운무는 잠시 선심이라도 쓰는 듯 화강암 덩어리인 금정산 고당봉을 슬쩍 내비친다.(좌에서 양태만,전태환,유영찬님) 계명봉에선 올라온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꺽어지는 서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맑은 날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늘같은 날씨에선 남쪽으로 뚜렷이 난 길을 따라 계명암쪽으로 내려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0분 가량 떨어져 내리자 왼쪽으로 넓은 개활지와 수레길이 인접한 잘록이에 이른다.(13:56) 여기서부터는 일면식이 있는 길로서 왼쪽 수레길은 범어사 청련암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안부자리를 뒤로 하고 올라서는 능선길 역시 외길이고 계명봉을 올라설 때만큼이나 된비알이다.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이 온몸에서 뚝뚝 떨어진다. 정점으로 가까워질수록 수림은 점점 키를 낮추더니 억새초원으로 변한다. 14시 31분, 장군봉 직전의 746.6봉에 섰다. 고스락엔 돌무더기만 자리하고 있을 뿐 가시거리는 채 10m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 지독한 안개숲이다. 이쯤에 서게 되면 남서쪽으로 송전탑들과 고당봉이 보여야 하건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독야청청 이 억새초원을 지키며 서 있는 키작은 소나무, 일명 "김유신솔바위"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이다. 김유신 장군이 이곳 솔바위에 올라 기도를 올리며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았다하여 "장군봉"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어느해 가을날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던 이 봉우리에 올라 고당봉을 올려다 보던 옛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조망을 대신해 본다. 안개비를 동반한 차가운 바람에 더 이상 온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고당봉을 향한다. 고당봉은 고스락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왼편(남서쪽)으로 난 좁다란 억새밭 속으로 내려서야 한다. 맑은 날이야 고당봉과 줄지어 선 송전탑의 행렬이 뚜렷이 보이므로 별 문제가 없겠지만 오늘처럼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의 초행길이라면 자칫 장군봉쪽으로 접어들기 쉽다. 여기서 장군봉(734.5m)은 올라왔던 방향의 정면인 북서쪽 건너에 있는 봉우리지만 정맥상의 746.6봉에 비해 표고 약 10m 정도 낮게 표기되어 있고 마루금에서 약 500m 가량 물러나 앉아있다. 전태환, 양태만, 유영찬님과 한조가 되어 좁다란 억새 사이길을 헤쳐 내려오며 후미팀들이 잘 내려올까 염려도 해본다. 10분 가량 내려서자 <금정산 옹달샘을 사랑하는 사람들> 팻말이 붙은 샘터에 이른다.(14:44) 양태만님께서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시고 본인도 크게 목이 마르지는 않지만 습관적으로 샘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인다. 샘터 앞을 지나쳐 5~6분 내려서면 왼쪽 범어사로 통하는 억새밭 안부다.(14:50) 안부에서부터는 넓은 오솔길이 시작되고 잠시후 여섯번째 송전탑(89번)(14:54)과 범어사기(梵魚寺基)라고 씌여진 바윗돌을 차례로 지난다.(14:54) 범어사가 가까운 탓에 여기까지 영역표시를 한 돌비석으로 여겨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숲은 더욱 농밀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고당봉 오르는 길은 워낙 많은 사람이 다닌 터라 길이 빤질빤질하다. 좋은 길이 산허리쪽을 질러가는가 하더니 듬성듬성 돌이 있는 계류같지도 않는 계류로 물이 졸졸 흘러내려가고 있다. 딴에 그것도 물길이라고 망설여진다. 결국 양태만님과 둘이 온 길을 되짚어 약 40m 가량 되돌아 선 후 우측으론 난 능선길로 접어든다. 능선길로 올라서자 봉우리로 큼직한 바윗돌이 박힌 암릉군이 짧게 나타난다. 두 어명 정도가 비를 피하기에 적당한 비박바위를 지나쳐 나서자 산허리를 돌아오던 길과 다시 합류한다.(15:06) 이 지점에 마치 버선코 모양으로 생긴 특이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후 잠시 나타나던 산죽밭이 끝나자 소나무와 잣나무의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수림의 경계를 따라 나선다.(15:10) 안개 자욱한 숲은 마치 전설의 고향 배경이 될 만큼 괴기스럽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태백 삼수령에서 맹목적인 믿음으로 쫒아 왔던 낙동강의 실체를 금정산일대에서 확인하게 된다. 15시 18분,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4거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마애여래상은 우측 100m 거리에 있고 왼편은 범어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4거리 안내판을 지나 20m 후 넓은 길에서 우측 능선의 좁다란 길로 들어선다. 조릿대지역을 올라서자 송전탑(일곱 번째)이 있고 오른쪽으로 넓은 조망대다.(15:24) 비록 잠깐이지만 한줄기 바람이 안개를 걷어내자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고당봉이 선심이라도 쓰듯 코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김해평야와 낙동강도 발 아래로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동안 낙동정맥이란 미명으로 태백 삼수령을 출발하여 줄곧 1년 가량을 달려 내려와서야 실질적인 낙동강의 본류를 보는 감동은 벅찬 희열이었다. 그저 막연히 마루금을 이으면서 산자락의 물이 낙동강수계로 흘러간다는 맹목적인 믿음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비내리는 낙동강은 마치 금빛 비단을 풀어 놓은 듯 유유히 김해평야와 한 몸이 되어 사무치는 그리움 안고 내쳐 달려온 정맥꾼의 망막을 애잔하게 적시고 있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사위는 다시 안개숲의 장막이 드리운다. 고당봉에 한 줄기 띠를 이룬 운해가 드리운다 하여 "고당귀운(故堂歸雲)"이라 하였건만 오늘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고당봉을 송두리채 삼키고 있다. 마지막 송전탑을 지나치자 <범어사 2.5km, 장군봉 2.3km>를 알리는 안내판이다.(15:31) 젖은 바위를 로프에 의지해 올라서자 부산의 진산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故堂峰, 801.5m) 고스락이다.(15:40~15:45) 예전 태백산맥의 개념이라면 첫 출발점이자 귀착지가 되었던 곳으로 굵직굵직한 화강암 덩어리가 멧부리를 차지한 곳이다. 금정산(金井山)은 범어사(梵魚寺)의 배산으로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한 마리 금빛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 하여 금빛 우물이라는 산이름과 범천의 고기라는 절이름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고당봉에서 금정산성 일대와 부산시가지를 둘러보는 조망은 어느 빼어난 명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조망을 주는 곳이지만 겹겹으로 둘러쳐진 운해의 장막에선 어느쪽으로 내려서야 할지조차 난감하다. 정상에서 북동 바위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빨간 페인트 칠을 한 돌담에 둘러 쌓인 "고모영신당(故母靈神堂)"이 있는 금정산 산신각이다. 그러고 보면 금정산은 할미신을 모시는 여신의 산인 셈이다. 이후로 산성고개까지 이어지는 정맥마루금은 금정산 주등산로인 관계로 세세한 산길 따라가기를 나열하는 것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정상에서 채 10분이 못미쳐 금샘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고당샘이다.(15:52) 금정산과 범어사의 이름을 잉태한 금샘은 왼편으로 0.5km의 거리다. 고당샘에서 다시 10여분 내려선 곳이 세심정 급수대를 지난 북문이다.(16:05) 북문에 이르기 전 넓은 안부자리는 산상평원을 이룰만큼 넓은 분지를 이루고 있다. 솟대들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북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범어사로 통한다.(이정표: 범어사 1.6km, 구천주목장 1.5km) 또다른 이정표에는 동문까지 4.0km를 알리고 있다. 계단길을 올라서자 산성이 정맥과 나란히 한다. 이 산성은 사적 215호로 동래산성이라 불렀으나 금정산에 있다하여 금정산성이라 부르고 있으며 문헌상 언제 축성되었는지의 기록은 없고 현재 남아있는 산성은 1703년(숙종29년)에 개축된 성인데 길이 17k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산성이라 한다. 금정산이 주는 아름다운 볼거리 중의 하나다. ◀제4망루를 지나 뒤돌아 본 금정산성과 의상봉 16시 25분, "양산 25"라고 새겨진 삼각점과 돌탑이 세워진 원효봉(687m)에 올라선다. 비록 고당봉쪽은 안개에 가려있지만 잠시잠시 산성고개로 이어지는 석성이 마치 긴 띠를 두른 듯 유려한 선을 이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 금정구 일대의 고층아파트 건너로 회동저수지가 거대한 산정호수처럼 아름답게 내비친다. 김해쪽으로는 구름사이를 비집고 옅은 햇살이 내비치자 낙동강은 은빛 찬란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김해평야를 휘감으며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저기가 몰운댄가요?" 저 멀리 푸른 바다가 시야에 잡히자 양태만님이 한마디 던진다. 하지만 몰운대는 아니고 태종대였다. 원효봉에서 15분 남짓 걸린 의상봉(640m) 암봉은 거대한 맹수가 머리를 고추세우고 부산시가지를 향해 표호하는 모습이다. 암봉 아래로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생태계보존을 위하여 우회하도록 되어 있다. 의상봉을 지나자(16:38) 비는 그친 듯하고 산등엔 차가운 바람만이 운무를 이리저리 몰고 다닌다. 흠뻑 젖었던 몸은 그 차가운 바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으슬으슬 파고드는 한기를 떨치고자 종종걸음으로 내려선다. 금정산은 긴 능선을 이으며 발 아래로 오목조목 도시의 모습들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마을 뒷동산을 거니는 듯 아기자기 한 모습이다. 그 동산의 올망한 길을 따라 가끔씩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시민들과 마주친다. 도시근교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끼고 사는 부산시민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비온 뒤의 시가지 모습은 한 점 티끌없는 순수 입체사진이다. 문득 비온 뒤의 깨끗한 날씨가 제일 싫다던 한 친구가 생각난다. 너무나 깨끗해서.... 산성마을 갈림길인 동문을 지나쳐(17:11) 밋밋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자 날머리인 산성고개다.(17:15) 하루종일 비와 안개속을 헤쳐 나오느라 몸은 곤죽이 되었지만 산행 후반부에나마 멋진 조망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산성고개(410m)는 2차선 포장도로로 금성동(산성마을)과 온천동을 연결하는 고개로 휴일이면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지만 궂은 날씨 탓인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하기 그지없다. 고개마루 건너 <금정산 문화유산> 안내판 뒤로 <민족평화여장부> 목장승이 서 있는 돌계단이 다음구간의 들머리가 된다. 산성고개에선 당연히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할 선두그룹들이 보이지 않더니 일행 모두가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만다. 사연인즉슨, 장군봉 직전 746.6봉에서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장군봉쪽으로 진행했었고 그 사이 중후미 그룹인 우리 일행 4명이 746.6봉을 지나쳐 왔던 것이다. 선두일행들은 746.6봉에 되돌아 와 인원을 확인한 결과 4명이 보이지 않자 짙은 안개 속에서 오들오들 떨며 무려 1시간이나 사라진 4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한 바탕 헤프닝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당봉 오르는 길에서 양태만님과 총무님의 휴대폰 연락이 있었는데 불안정한 감도로 인해 서로의 상황전달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산행을 하다보니 1등으로 도착한 날도 생기는구먼! 지난번 산행 때 꼴찌로 입성한 과오의 설욕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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