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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수는 있어도 밟을 수 없는 마루금(원효산일대) === | |
다수의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다는 솥발산공원묘원 관리소주차장에 이르자 가뭇가뭇 하던 하늘에서 옅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경칩이 지난 절기지만 100년 만의 3월 폭설로 중북부지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보도가 있는 뒤고, 오늘 산행도 은근히 눈 때문에 고생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먼저 생긴다. 오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마지막 뒷풀이를 하느라 오전 내내 휘몰아치는 때아닌 눈보라 속을 헤쳐 나가던 기억은 정맥 마루금잇기의 또 하나 추억으로 장식될 것이다. 공원묘원-정족산-천성산을 잇는 이번 구간은 그리 큰 고도차를 보이지 않고 곳곳에서 임도가 마루금을 대신하게 되므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진행을 하게 되지만 원효산 정상부와 그 이후에 나타나는 군부대가 정맥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실질적인 마루금을 벗어나 우회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일행을 실은 버스가 멈춰 선 곳은 지난번 구간 내려왔던 곳이 아니고 공원묘원내 관리사무소다. 정확하게 출발해야 하는 곳은 솥발산공원묘원에서 삼덕공원, 용암사쪽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는 약간 벗어난 지점이다. 08시 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 한대장님은 일행 모두를 합류시킨 후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잠시 망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발 속에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짧은 시간이지만 죽은자와 산자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결국 함께 시공을 영유하지 못할 뿐,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걸...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육신은 영욕에 사로잡혀 아귀다툼을 벌여야 하는 우리네 삶... 퍼뜩 눈을 뜨자 염세주의적 망상은 훌쩍 달아나고 만다. 기운차게 걷자!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향하여... 관리소에서 5분 가량 정맥마루금쪽을 향하여 수평이동하자 바로 아래로 지난번 내려섰던 공원마루 고개마루다. 못다한 100여m의 길은 눈도장으로 대신하고 묘원 왼쪽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실질적인 마루금은 묘원 왼편의 산릉이지만 다른 정맥꾼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묘원 시멘트길을 따른다. 길 옆으로는 산자락과 경계하여 배수로가 나 있다. 공원묘원 일대는 층층이 돌축대를 쌓은 거대한 신전을 향하는 듯하다. 묘역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을 향하고 있고, 주영기님께선 이 묘원 일대를 보시고 층수를 셀 수 없는 고층아파트라 하신다. 10분 가량 올라서자 발 아래로 묘원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넓은 공터를 이룬 곳에 소나무 두 그루가 묘역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서 있다.(08:41)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두 굽이쯤 돌아들자 왼편 사면으로 정맥표지기가 나부낀다.(08:46) 일부는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따라 산허리쪽으로 돌아 나서고 있었지만 선두 한대장님을 따라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절개지를 위태롭게 올라서자 또렷한 지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숲길은 제법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서더니 왼편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길 하나를 지나치자 멧부리에 바윗돌 몇 개가 자리하고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08:57) 이 봉우리는 솥발산 묘원고개에서 이어지던 능선이 지능선과 합류하는 부분으로 본격적인 마루금에 접속한 셈이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송신탑쪽을 향하여 내려서자 부산 운봉산악회에서 세운 <운봉산화회원추모비>가 있는 안부에 이른다.(09:00) 왼쪽 아래로 컨테이너 2개가 있고 사람이 기거하는 듯 가재도구가 널려있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는 삼덕공원묘원의 무덤들이 즐비하게 내려다 보인다. 정면으로 바윗돌 위에 또 하나의 공기돌같은 큼직한 바위가 올라앉아 있는 바위옆을 지나쳐 오르자 이동통신 안테나와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664.7봉이다.(09:02~04) 묘원상단부의 시멘트도로를 따라 나섰던 분들이 비슷한 시각에 도착하는걸로 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과 크게 시간차는 없는 듯하다. 664.7봉은 무인산불 감시카메라가 자리하기엔 안성맞춤으로 전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곳이다. 뒤돌아 보면 솥발산공원묘원, 양산골프장에 이어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정맥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여전히 옅은 눈발 속에서도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희뿌옇게 보인다. ▼정족산을 내려오면서 만나게 되는 용바위(?)-뒤로 가야할 천성, 원효산을 배경으로 하고 선 유영찬님 이어지는 길은 밋밋한 능선길로 듬성듬성 바윗덩이가 포진하고 있고 진달래나무가 빼곡한 순한 숲길이다. 잠시 후 짧은 억새밭을 빠져 나오게 되면 길은 임도와 합류하게 된다.(09:08) 이 임도는 왼편아래 삼덕공원묘원쪽에서 올라와 정족산 직전까지 줄곧 마루금을 대신한다. 임도에서 건너다 보이는 영남알프스 연봉들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다. 하얀 눈을 덮어쓴 설국의 나라는 구름을 모자 삼아 마냥 평온한 모습이다. 편안하게 이어지던 임도가 산고개 하나를 이루며 건너편 용암사쪽으로 넘어서기 직전에서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야 정족산에 오를 수 있다. 임도를 벗어나 불과 3분 만에 멧부리가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정족산(鼎足山,700m)이다.(09:24~29) 태극문양에 정족산이라 씌여진 대리석이 바윗돌에 박혀있고 고스락부는 삼각점(양산413)이 있다. 정족산은 산 위에 길게 뻗은 바위 3개가 마치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솥발의 형상이라 하여 솥발산으로 부르며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모두가 물천지가 되어도 이 봉우리는 솥발만 남아 찰랑거렸다고한다. 또한 정족산엔 용의 모양을 한 용바위가 있어 그곳에 대를 마련하고 가뭄이 닥치면 산신께 비를 기원했다는 기우소가 있다고 한다. 옛 이야기를 접어두고라도 정족산에서의 조망은 실로 압권이다. 3월의 눈을 뒤짚어 쓰고 평화로운 은백의 세상을 열고 있는 영남알프스의 산봉이며 남쪽 건너로 고스락이 설핏 운무에 가려있지만 우뚝 솟은 천성산, 원효산 일대를 휘둘러 보는 조망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잠시 조망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 거센 눈보라가 산정을 뒤덮는다. 위태로운 바위봉을 내려서서 쫓기듯 안적고개를 향한다. 그런데 우리일행이 도착하기 전부터 삼각대를 세우고 정족산 고스락을 지키던 한 사내는 미동도 않은채 그 거친 눈보라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측량을 하는 것도 같지만 불분명한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그 의문스런 사내를 뒤로 하고 동쪽으로 내려서자 괴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곳이 기우제를 지내던 용바위가 아닐런지! 하지만 어설픈 필부의 눈에는 물개의 머리모양에 더욱 근접해 보인다. 정족 산에서 5분 가량 내려서자 임도가 나타나고(09:35) 임도를 지나치자 방화선처럼 이어지는 넓은 억새숲길을 따라 간다. 그 억새숲 한가운데로 <무제치늪> 안내판이 쓰러져 있다.(09:38) 이곳에서 무제치늪은 지척으로 넓은 분지를 이룬 곳이다. 이곳 정족산 일대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산상늪인 무제치늪이 1995년 발견되어 생태계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고층습지에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유전자 연구의 보고로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안내판에는 희귀식물과 동물의 포획을 금지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곳 정족산 무제치늪과 천성산화엄늪 아래로 고속전철인 "원효터널공사"가 계획되어 있어서 무분별한 개발논리와 환경보호의 관점이 충돌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음이다. 천성산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고 심장을 관통하게 되면 지하수맥의 변화와 지반침하등으로 고원습지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환경보호단체에서는 고속철 천성산 사업구간에 대한 철회를 요청하며 일명 "도롱뇽소송"을 낸 근원지가 바로 이곳 무제치늪과 화엄늪 일대인 것이다. "천성산이 울고 있었어요. 아니 산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울고 있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겠어요.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거죠. 그래서 나왔습니다." 얼마 전 내원사 지율스님께서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며 한 말이다. 안내문 오른쪽 아래로 황폐화된 넓은 임도를 막고 있는 바리케이트를 보며 씁쓸한 마음으로 눈보라치는 억새숲을 올라선다. 억새밭 안부를 올라서서 넓은 임도를 따라 나서자 곧이어 양갈래 길이다.(09:40) 정맥은 우측으로 접어들어야 하고 왼쪽은 무제치늪방면으로 내려서는 길로 여겨진다. 이제 제법 굵어진 눈발이 순식간에 사위를 덮어버리는가 하더니 문총무님께서 몇 번씩이나 인원을 체크하고 급기야 일행들을 모두 불러 세운다. 일행중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시며 걱정이 태산이다. 전화통화 결과 오늘 처음 산행에 참가하신 한분께서 정족산을 내려서자마자 나타난 갈림길에서 대성암쪽으로 길을 잘못 드신 것이 확인되고 정태영님께서 그 분을 찾기 위해 다시 정족산으로 올라 가신다. 정태영님은 호남정맥 당시 강인한 체력이 인정되어 모두들 탱크로 부르고 있는 분으로 오늘의 사건(?)을 계기로 산행을 마친후 구호대장이란 짐을 떠맡게 되는 비운(?)을 맞고야 말았다. 불과 10여분 상황파악을 하느라 지체했지만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 속에서 모두들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눈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남쪽을 향해 내려오던 능선에서 폐헬기장 하나를 지나치자 대성재다.(10:02~05) 지체된 시간을 제외하면 정족산에서 약 25분 정도의 거리다. 대성재는 4거리 갈림길목으로 개략도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천성산 2시간, 내원사 2시간, 영산대학교 1시간 10분, 정족산 40분, 통도사 2시간10분, 무제치3,4늪 30분, 웅촌반계(운흥사지) 1시간] 오른쪽 바로 아래로는 대성암을 향한 넓은 임도가 있고, 왼편 운흥사지로 이어지는 길로는 <통차와 음식-무릉도원>을 알리는 철재 강판이 서 있기도 하다. 대성재를 지나자 주능선은 산허리를 우측으로 휘어돌더니 안적고개를 향하는 임도로 내려선다.(10:06) 임도를 따라 나선지 3분만에 마루금은 왼편 숲길로 올라서게 된다.(10:09) 만약 여기서 임도를 계속 따르게 되면 안적고개까지 발품을 절약하며 손쉽게 내려설 수도 있다. 임도를 버린 능선은 키를 넘는 조릿대 숲을 두어 번 통과하여 아담한 바윗돌이 있는 산봉에 올라서더니(10:15) 왼쪽으로 슬며시 방향을 틀고 있다. 약 5분 후 올라서게 되는 산봉에선 오른쪽(남서) 방향으로 90도 꺽어지며 내려서게 되는데(10:19) 이 산봉을 기점으로 줄곧 양산과 울산을 가르던 시경계를 벗어나 울산땅과 작별하게 된다. 정면의 시경계능선 방향으로도 또렷한 능선이 이어지므로 잘못 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곳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꺽어들게 되면 이내 짧게 사태가 난 지역을 통과하게 되고 100여m 후에 다시 한번 방향을 우측으로 꺽어(10:22) 내려서야 하지만 이 일대로는 족적도 희미할뿐더러 표지기도 보이지 않는다. 길상태가 희미한 내리막은 "학성이씨" 무덤2기를 지나치더니(10:26) 그 아래로 또다른 "학성이씨" 무덤 2기를 지나 임도로 떨어진다. 무덤 앞에선 오른쪽으로 20여m 후에 안적고개로 향하는 임도를 만나게 된다. 마루금은 임도를 오른쪽으로 두고 시계방향으로 슬쩍 휘어 돌아온 셈이다. 임도는 7~8분후 삼거리 길에 이르게 되는데(10:35) 길가에 서 있는 큼직한 바윗돌에 우측은 <조계암, 안적암 500m>, 우리가 왔던 길은 <대성암 2km>를 알리고 있다. 삼거리를 지나 70~80m 후가 영산대학방면 주남리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이룬 안적고개(저서골재)다.(10:35~11:35) 안적고개 넓은 공터엔 승용차 한대가 주차 돼있고 주남마을과 천성산을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이 안적고개 직전에서 발길을 멈추고 후미팀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꼬박 40분을 기다렸다. 잠시 주춤했던 눈발이 또다시 세차게 퍼붓는 탓에 기다리는 동안 내내 눈을 털어내야 했고 발까지 시려온다. 간간이 대성암 방면으로 차량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11시15분, 이윽고 길을 잘못 들었던 분까지 포함하여 일행 모두가 합류하자 곧바로 천성산을 향한다. 안적고개에서 우측으로 난 넓은 길을 따라 2분 가량 진행하자 가사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4거리 갈림길이다.(11:17) 왼편은 <주남마을> 정면의 넓은 길은 <천성산 제2봉>을 알리고 있다. 양산시는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존의 원효산(922.2m)을 천성산으로 지명변경하였고(국립지리원고시 2000.5.30) 종대의 천성산(812m)을 "천성산 제2봉"으로 정정하였다. 따라서 이정표의 천성산제2봉은 구 천성산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천성산과 원효산을 분리하여 부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산경표엔 천성산이 원적산(圓寂山)으로 표기되어있다. 가사암 이정표를 지난 임도는 바로 앞에 봉긋이 솟아있는 580.2봉을 왼쪽으로 휘어돌더니 산허리를 돌아 나갈즈음 통신탑이 서있는 기지국 옆을 지나친다.(11:21) 기지국 울타리 아래로 "천성산벌꿀농장" 안내판과 농장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어지는 임도는 잔돌이 빼곡히 깔린 길이고 두어 번 정도 능선으로 올라붙는 길을 만나지만 임도와 나란히 붙어 진행하다가 다시임도로 내려서기를 반복하게 되므로 구태여 능선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임도에서는 왼쪽아래로 웅상읍일대와 소주농공단지를 내려다 보며 걷게 된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천성산 고스락에 선 정태영님-정태영님은 강한 체력과 희생력을 바탕으로 이번 산행 이후 구호대장이란 무거운 짐을 맡게 된다. 통신탑을 지나 10여분 만에 좌측 주암마을, 우측 집북재로 갈라지는 4거리를 지나자마자 임도를 버리고 우측 숲으로 접어든다.(11:31) 초입부에 <산길들머리-청솔산우회>의 작은 팻말이 걸려있고, 계속되는 임도는 산허리를 돌아 천성산 아래까지 이어진다. 임도를 버린 숲길은 꾸준한 오르막을 25분 가량 올라서더니 작은 산봉에 도달한다.(11:55) 여기서부터 잠시동안 평탄해지던 능선은 또 한번의 짧은 오름 끝에 삼각점(양산435)이 있는 811.5봉에 올라선다. 811.5봉은 그저 평범한 산봉으로 잡목숲 뒤로 천성산 암봉꼭지와 원효산이 건너다 보인다. 천성산 직전 잘록이에 내려서자 억새풀 사이로 왼편 임도에서 올라붙는 샛길하나를 지나친다.(12:08) 이어지는 오르막 끝으로 내원사에서 올라오는 소위 천성공룡능선길과 합류한 후 건너편 바위암릉을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천성산제2봉, 즉 구천성산 고스락이다.(12:19~12:50)[이정표: 천성산(구원효산) 2.9km, 내원사주차장 4.8k, 내원사 2.2k] 암봉으로 이루어진 천성산(千聖山,812m)은 경남의 소금강으로 불리울만큼 빼어난 산세와 수려한 계곡을 품고 있으며 원효대사의 효척반구중(曉擲盤求衆)설화와 관련돼 천명의 성인이 득도하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건너편으로 군사시설물이 자리하고 있는 원효산이며 멀리로는 금정산까지 조망된다. 지나왔던 영남알프스 연봉들은 하얀 눈을 덮어쓰고 수평의 하늘금을 그려놓고 있다. 정상부엔 부산, 울산지역의 산객들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정상아래 사면에 자리를 틀고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하릴없이 내리던 눈발이 그치자 청명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12시50분, 원효산을 향한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5분 내려서면 왼편 바로 옆으로 임도와 근접하여 진행하고(12:55) 잠시후 임도와 나란히 하던 산길은 삼거리를 만난다.(12:58) 이 지점은 임도쪽으로 안내문이 붙어있는 곳으로 정맥은 직진하는 희미한 정면 능선길을 따라야 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산허리를 트래버스하여 안부(화엄고개)쪽에서 다시 만나는 지름길인 셈이다. 잠시 동행이 되었던 아줌마부대는 우측 내림길로 사라지고 우리일행은 정면능선을 이어간다. 밋밋한 산봉 하나를 넘어서자 길은 임도로 내려선다.(13:01) 임도엔 애기소나무들이 식재되어 있고 오후가 되면서 녹아내린 눈으로 질퍽질퍽하다. 잠시후 임도에서 우측 능선길로 올라서(13:02) 진행하지만 역시 능선은 임도와 나란히 진행하게 되고 임도가 왼편으로 크게 휘며 돌아나갈 즈음 우측으로 꺽이는 내리막으로 떨어진다.(13:05) 이 지점에 큼직한 바위가 길을 막고 서 있으므로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내림길 초입으로 통나무계단을 따르자 길은 마치 계곡으로 곤두박질 치는듯 급하게 떨어지더니 5분만에 정맥표지기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억새밭안부(화엄고개)로 내려선다.(13:10) 안부직전으로 희미한 개울하나를 건너게 되는데 우측사면쪽으로 기울어서 내려오면 이 개울을 건너지 않을 수도 있는 것같다. 안부로 내려서면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왔던 지름길과 합류하고 억새숲 왼편아래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또렷하다. 안부엔 조금전 헤어졌던 아줌마부대가 먼저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화엄벌 억새능선 뒤로 구(舊)천성산(천성산제2봉) 암봉이 건너다 보인다.▼ 안부 잘록이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10여분 올라섰더니 길은 억새 초원지대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13:19) 그 억새초원 옆구리를 질러 나가던 길이 용도 모를 시멘트기둥 하나가 서 잇는 산정으로 올라선다.(13:25) 역주행시에는 이곳에서 정면능선으로 접어들기 쉬운 곳이다. 이 초원지대가 화엄벌로 원효대사가 1천명의 대중을 불러놓고 화엄경을 설법했던 자리다. 거센 바람 속에서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지 못한 허허로운 억새초원을 가로지른다. 바로 앞으로 원효산 고스락을 차지한 군사시설물이 파란하늘과 흰구름을 배경으로 한 조형물처럼 다가선다. 뒤돌아본 천성산 하얀 바위도 억새초원건너로 지척이다. 기장이 고향이신 정홍조옹께서 왼편 건너 여인네의 젖무덤마냥 봉긋하게 솟아오른 달음산(達陰山 586m)을 가리키며 동네 뒷산이라며 유년시절 소풍 다녀온 얘기며 마을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 속에서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떠 올리시며 잔잔한 애상 속에 빠진 표정이 역력하다. 달음산 건너로는 울산앞바다까지 건너다 보일만큼 청명해진 오후의 햇살을 쬐며 올라서자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13:30) <군사시설 보호구역, 일반인출입금지>를 알리는 입간판과 <화엄늪 습지보호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란히 서 있다. 화엄늪은 정맥능선 오른쪽 건너에 위치해 있다. 지척에 있는 원효산(元曉山, 922m, 현재의 천성산)이지만 군시설물이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일반인은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접고 철조망 왼편으로 난 우회로를 따른다.(13:32) <지뢰지대>를 알리는 역삼각형 경고판이 붙은 철조망을 따라 15분 가량 진행하자 거대한 입석 아래를 지나 포장된 군사도로를 내려선다.(13:46)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정상, 화엄벌> 포장도로 따라 내려가는 길로 <대석,원효암> 방면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도로를 따라 타박타박 내려서서 <제2가압장>을 알리는 시설물을 지나쳐 도로가 왼편으로 굽어들 즈음(13:52) 정면 전봇대 뒤로 난 샛길능선을 내려서면 넓은 빈터가 있는 원효암 주차장에 이른다.(13:54) 허름한 나무판자에 원효암 참배차량은 이곳에 주차하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곳이다. 정맥은 공터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야 한다. 원효암까지는 이곳에서 100m가량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가는 차도길로 채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정맥은 남쪽이건만 발길은 어느새 원효암 절마당에 서 있다.(14:00~05) 오래전 나그네의 휴식처가 되었던 암자 툇바루와 거대하게 세워졌던 돌탑은 간곳없고 근사하게 세운 범종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성산 사자봉 원효암" 내력이 적인 화강암 표석 옆으로 "호국사자후종각"이있고 종각옆 108계단을 올라서면 벼락을 맞아 바위가 부처형상을 하고 있다는 "천광(天光)약사여래불"이다." 절마당을 가로질러 내려서는 길은 홍룡폭포와 홍룡사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원효암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대석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쳐 공터에 이르기 전 오른쪽 샛길로 내려선다.(14:08) 전봇대가 나란히 이어지는 길로 발 아래로는 통신선로용인듯 시멘트구조물 맨홀뚜껑을 따라 내려서는 길이다. 이 주변으로는 얼마 전 천성산 일대를 휩쓴 화마의 흔적이 역력하고 아직도 매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오른쪽 건너로 대석리에서 원효암 직전까지 지능선은 온통 산불 흔적으로 시커멓다. 하마터면 원효암까지 소실될 뻔한 화재였다. 그러고 보면 천성산은 고속전철문제로 땅속은 물론이려니와 산의 뼈대마져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산불지대 맨홀을 따라 5분 가량 내려서면 군부대 시멘트도로와 접한다.(14:12) 시멘트길을 따라 3분 가량 진행하면 마루금은 왼편 산자락으로 올라서고 있다.(14:15) 여기서 능선을 따르지 않고 계속되는 도로를 따르게 되면 군부대 출입문직전에서 능선 내림길과 다시 만나게 되고 발품은 절반정도 단축할 수도 있다. 임도를 벗어나 왼편 산자락으로 접어들자 또다시 시멘트맨홀 뚜껑을 따라 올라서는 길이고 주위로는 온통 억새천국이다. 그 억새 능선에서 뒤돌아본 원효산은 준수한 모습이지만 산자락을 파헤친 도로개설과 화마의 흔적으로 신음하고 있는 산자락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억새지역이 끝나는 지점으로 녹슨 철구조물이 있는 산봉에 올라선다.(14:22) 이어서 잠시 잡목지대를 잇자 저 아래로 법기수원지와 군부대가 내려다 보이는 두 번째 봉우리다(14:25) 이 두 번째 봉우리에서 20m 가량 진행 후 직진능선을 버리고 우측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길이 정맥이다. 내리막초입으로 표지기들이 걸려있지만 직진하기 쉬운 곳이다. 10여분 가량 줄창 떨어지는 급한 내리막 끝으로 배수로가 무너진 절개지를 건너면 다시 도로로 내려서게 된다.(14:32)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서게 되면 정맥 마루금을 막고 있는 공군부대 출입문이다.(14:33) ▼공군부대를 우회로가 끝나는 녹슨 철조망엔 마루금을 잇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실은 표지기가 몸을 떨고 있다. 수는 있어도 걸을 수는 없는 길이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군부대 우측 솔숲사이로 난 우회로를 따라 들어간다. 비록 올바른 정맥은 아니지만 정맥길을 대신한지 오래인 듯 뚜렷하게 난 길이다. 제법 질퍽거리고 미끄러운 길은 원형 철조망과 바짝 붙어 진행하게 되므로 철조망쪽으로 미끌어지거나 옷가지가 철조망에 걸릴 염려가 있어 조심스러운 길이다. 이곳 역시 지뢰매설을 알리는 경고판이 철망에 다닥다닥 걸려있다. 철조망길은 30분 가량 지루하게 이어지며 9부 능선을 따라 산허리를 계속 휘어 돌고, 자잘한 지류까지 포함한다면 정확하게 일곱 번 물길을 건너게 된다. 이윽고 지루한 철조망 지대가 끝나고 정맥 마루금에 올라서게 되면 약간의 억새지대가 나타난다.(15:02) 녹슨 철조망엔 정맥을 올곧게 잇지 못하는 형형색색의 표지기들이 바람에 몸을 떨며 안타까움을 대신하고 있다. 군부대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100여m 정도 더 나서게 되면 마지막으로 지뢰지대를 알리는 안내문 하나를 더 지나치게 된다.(15:04) 바스러진 낙엽들이 밟히는 폭신하고 평탄한 길을 10여분 더 진행하게 되니 억새에 둘러 쌓인 삼각점(양산438)이 있는 596.6봉이다.(15:15) 596.6봉에선 지난번 지독한 안개비 속에서 걸었던 금정산이며 부산시가지 모습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길은 진달래와 철쭉나무가 비집고 나와 베낭끈을 부여잡는 잡목길로 이어지고 있다. 우측으로 뚜렷한 샛길하나를 보내고(15:18) 참호처럼 동그랗게 돌을 쌓은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15:21) 사방으로 억새가 둘러 쌓인 이 봉우리에선 정면 바로 앞으로 법기수원지가 내려다 보인다. 계속되는 잡목길 3분 만에 작은 돌탑과 상수보호구역을 알리는 시멘트표석이 서 있는 공터가 나타난다.(15:24) 정면으로 능선을 이어가는 희미한 길이 있지만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 폭 20~30m정도의 넓은 방화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듯한 엄청난 급비탈이다. 발이라도 헛디디면 사정없이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올라갈 때는 육수께나 흘려야 할 것같다. 고도차 150m 정도의 수직하강을 한 후 경사도가 수그러진 완만한 능선을 내려서자 상수원구역 안내판 2개가 서 있는 다람쥐고개(범고개)다.(15:35) 이곳은 지난번 구간 운봉산~금정산일대의 우중산행을 시작했던 곳이다. 고갯마루엔 좌측 법기수원지, 우측 다람쥐캠프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뚜렷하다. 다람쥐고개에 이른 것으로 오늘의 정맥 산행은 끝을 맺은 셈이고 이제 따끈한 오뎅탕이 기다리고 있는 다람쥐캠프장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은 지난번에 올라왔던 길이라는 핑계로 바로 앞에 보이는 395.6봉을 넘어 서서 나타나는 다음번 잘록이까지 진행한다.(15:38) 이곳 역시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한 4거리를 이루는 곳이고 오른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급비탈 5분 이면 계류가로 내려서게 된다.(15:43) 역시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었던 듯 길은 반들반들 하고 간간이 로프가 걸려있는 길이다. 이어서 계류 옆으로 난 길을 잠시 따라서면 다람쥐캠프장 놀이시설 끝단부의 철봉이 있는 곳으로 올라서게 된다.(15;45) 캠프장 숙소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오게 되면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다람쥐캠프장 정문 입구 주차장이다(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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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부인 솥발산 공원묘원에 옅은 눈발이 날리고 있다. 묘원 시멘트도로엔 인위적인 물길이 형성되어 있다
묘원 상단부 공터에서 내려다 본 공원묘원일대-공원묘원 뒤로 노상산, 왼편으로 영축산이 운무에 가려있다.
정족산은 바위암릉으로 되어 있고 바위 3개가 마치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솥발의 형상이라 하여 솥발산으로 부른다
정족산 삼각점에 삼각대를 세우고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고독한 사나이정족산을 내려서면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바위(?) 건너로 가야할 천성, 원효산이 보인다.대성재 이정표-현위치를 알리는 개략도가 있고 우측 바로 아래는 대성암, 좌측은 운흥반계로 내려서는 4거리 갈림길
안적고개 직전 대성암, 조계암으로 이어지는 3거리 임도갈림길-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는다
내원사에서 올라오는 천성공룡능선을 뒤로 한 신용호님-뒤로 영남알프스가 흐리게 보이고 이제 천성산은 지척이다.내원사에서 올라오는 천성공룡능선을 뒤로 한 신용호님-뒤로 영남알프스가 흐리게 보이고 이제 천성산은 지척이다.천성산(천성2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영남알프스 연봉-하얀 눈을 덮어쓴 채 수평의 하늘금을 그리며 평화로운 모습이다.
천성산(천성2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화엄벌과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는 원효산(922m)
화엄고개 잘록이를 힘겹게 올라서면 천성산을 배경으로 억새 가득한 화엄벌이 펼쳐진다.
정맥을 가로막고 있는 군부대 철조망-뒤로 원효산 정상부의 군사시설물이 보이고 정맥 우측이 화엄늪이다
원효암-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정맥 마루금에서 불과 100 여m 의 거리에 있다
지난 달(2004.2월) 천성산 일대를 휩쓴 산불흔적이 정맥 마루금까지 올라와 있다 -정맥은 전봇대와 맨홀 뚜껑을 따른다
뒤돌아 본 천성산(구원효산,922m)-군사도로가 정맥 마루금을 대신하고 있다
천성산(구원효산)을 내려서면 또다른 군부대출입문이 진입을 막고 있다.-여기서는 철망 오른편으로 난 우회로를 따른다
596.6봉을 지나 방화선이 시작되는 급비탈을 내려선 다람쥐고개(범고개)-상수보호구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양산 명곡동에 위치한 다람쥐캠프는
숙소와 식당,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약 700명 까지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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